2013년 1월에 쓴 글...
2012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온라인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콘텐츠는 싸이의 ‘오빤 강남 스타일’일 것이다. 2012년 7월 15일 유투브를 통하여 공개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새해 첫날 11억뷰를 넘김으로써 최다 뷰를 최단시간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오빤 강남 스타일’의 성공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본인의 관점에서는 전 세계인의 감성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무엇’이 담겨진 이 노래가 유투브라는 매체를 통해서 손위의 콘텐츠(Content on the palm)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는 하이컨셉·하이터치의 시대이며, 좌뇌(이성)에서 우뇌(감성)로, 심각한 것보다는 재미를 찾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는데, 재미있는 말춤과 감성적으로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멜로디가 새로운 시대상에 걸맞은 것이라 하겠다. 재미적 요소와 가벼운 감성적 요소가 유투브라는 거대한 유통채널을 만나고 스마트 폰에 의한 콘텐츠 소비유형이 성숙된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콘텐츠의 유통채널이 방송이라는 매체에 국한되어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 스마트폰의 보급과 온라인콘텐츠 서비스의 등장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가입자가 3천만명이 넘어서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타고 갈 때면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강의시간에도 책상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곁눈질로 쳐다보느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들은 다양한 것을 저장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잡다한(?) 것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문명이기의 편리함은 우리가 전화번호조차 기억해낼 수 없는 디지털 치매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문명은 우리를 퇴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의 자연예방의학자인 말로모건의 ‘무탄트 메시지’는 우리가 문명의 편리함으로 잊어가는 것을 돌이켜보게 한다. 미국 캔자스시티의 병원에서 의사로 활동하던 말로모건은 호주에서 몇 년간 예방의학을 연구할 기회를 갖게 되어 호주에 머물면서 호주 원주민의 비참한 삶에 관심을 갖고 “성공하는 젊은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가난한 원주민 청년들의 자활을 돕기 시작했다. 호주 원주민들은 서구열강에 의해서 점령되었던 다른 지역보다도 철저하게 차별받은 부족이다. 백인들은 호주 원주민들을 가장 등급이 낮은 인간으로 후각이 덜 발달되고 기억력이 아주 낮은 종족이라고 하였으며, 백인들이 점령한 초창기에는 동물취급을 하여 살육하기도 하였다.
이들을 돕는 열정이 알려진 것인지 어느 날 말로모건은 호주 원주민 부족의 하나인 참사람부족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의 초청을 받은 말로모건은 정장차림으로 그 부족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불사르고 몸에 두를 수 있는 천조각 하나를 제공한 뒤에 자신들의 호주사막횡단 도보여행에 동참을 시킨다. 말로모건은 하루나 이틀이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으며, 이 여행이 4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참사람부족은 그녀를 “무탄트”라 부르는데, 참사람부족이 보기에 그녀와 같은 현대문명인들은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돌연변이이기 때문이다.
참사람부족은 사막횡단여행을 함께하면서 무탄트인 말로모건에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는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자신들의 역사를 전해준다. 이들이 말로모건을 초청한 이유는 자신들이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서 무탄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었다. 전화기나 시계도 없고, 준비해간 음식물도 없는 상황에서 참사람부족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이 준비될 것을 기다렸으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삶의 방식 중에서 오늘날 스마트폰과 같은 문명이기로 인해서 디지털 치매에 걸려가는 우리들 ‘무탄트’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일행 중 한 청년이 무리에서 떨어져서 먹을거리 사냥에 나서는데 이들 사이에는 어떠한 통신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몇시간뒤에 부족을 이끄는 어른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두손을 앞으로 내밀어 천천히 흔들었다. 부족어른은 사냥을 나간 청년이 메시지를 보내오는 중이며, 캥거루를 한 마리 잡았는데 꼬리를 잘라도 되느냐고 묻고 있고 오염된 물을 마셔서 몸이 안 좋다고 전해왔다는 것이다. 몇 시간뒤 거짓말같이 청년은 꼬리를 자른 캥거루를 메고 나타났고 몸상태가 좋지않아 긴급하게 치료를 받았다.
스마트폰과 같은 훌륭한 기기에 몰입되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디지털 치매에 걸려가는 우리들에 비해서 참사람부족은 자신들의 역사를 잘 기억하고 있으며, 또한 자신들의 역사를 어느 한 장소에 그림으로 표현해서 보존하고 있었다. 또한 스마트폰과 같이 편리한 통신기기가 없어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원래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역사를 기록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은 우리들이 정말로 돌연변이 무탄트임을 말해준다.
10여년전만해도 수십 개의 전화번호를 외웠는데 이제는 몇 개의 전화번호조차 외우기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자신을 몰입시키고 있지는 않는가? 과연 현대문명은 우리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더 나빠지게 만드는 것일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였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문명의 이기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이 되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보아야할 것이다.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해지지 못하는 우리는 참사람인가 아니면 무탄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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